미국에서 생활하다 보면 ‘상속’이나 ‘유언장’에 대한 준비는 어느 정도 익숙해져 있지만, 그보다 더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서류인 ‘위임장(Power of Attorney)’은 상대적으로 간과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실제로는 상속보다 먼저 준비되어야 할 문서가 바로 위임장이다.
위임장은 본인이 의사 결정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을 때, 미리 지정한 사람이 대신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는 법적 문서다. 일반적으로는 의료 결정을 위한 Healthcare Directive와
재산 및 금융 관리를 위한 Financial Power of Attorney로 나뉜다. 두 문서는 각각 병원 치료 방향과
자산 관리라는 서로 다른 영역을 다루지만, 공통적으로 중요한 목적은 ‘법원의 개입 없이’ 본인의
의사가 반영되도록 하는 데 있다.
문제는 이러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경우다. 예상치 못한 사고나 질병으로 의사 표현이
어려워지면, 가족이 있다고 하더라도 자동으로 법적 권한이 주어지지 않는다. 이 경우 가족들은
법원을 통해 성년후견인(Conservator)을 지정받아야 하고, 이 과정에서 시간과 비용이 상당히
소요될 수 있다.
성년후견 절차가 시작되면, 개인의 중요한 결정은 법원의 감독 아래 이루어진다. 의료 선택, 재산
관리 등 일상적인 영역까지도 후견인의 권한에 포함될 수 있으며, 상황에 따라 본인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또한 후견 절차에는 변호사, 법원 조사관 등 여러
전문가가 개입하게 되는데, 이와 관련된 비용은 대부분 당사자의 재산에서 지출된다.
실무에서는 위임장의 유무가 분쟁의 방향을 크게 바꾸는 사례들을 자주 접하게 된다. 평소 관계가
멀었던 가족이 갑작스럽게 나타나 후견인을 신청하거나, 가족 간 의견 충돌로 인해 법적 다툼이
발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전에 작성된 위임장은 본인이 신뢰하는 대리인을
명확히 지정해 두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기준이 된다. 법원 역시 당사자의 의사가 분명히 표현된
문서를 존중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위임장은 불필요한 분쟁을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위임장은 단순한 형식적 문서가 아니라, 작성 당시의 판단 능력과 의사를 반영하는 중요한
기록이다. 따라서 인터넷에서 제공되는 양식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보다는, 변호사를 통해 상황에
맞게 작성하는 것이 보다 안전하다. 추후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문서 작성 과정에 관여한 전문가가
당시의 상태를 설명할 수 있는 점도 중요한 요소가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위임장은 ‘필요해졌을 때’ 준비할 수 있는 문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법적으로
유효한 위임장은 작성 시점에 본인의 의사 능력이 명확해야 하기 때문에, 건강하고 문제가 없는
시기에 미리 준비해 두어야 한다.
상속 계획이 미래를 위한 준비라면, 위임장은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비하는 현재의 안전장치에
가깝다. 두 가지는 별개의 영역이지만, 실제 삶에서는 위임장이 먼저 작동하게 되는 경우가 더
많다. 이러한 점에서 위임장은 선택이 아니라 기본적인 법적 준비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채재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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