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 계획 상담을 하다 보면 "트러스트도 만들었고 집 명의에도 제 이름이 들어가 있으니 이제
걱정할 게 없겠죠?"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을 자주 만난다. 그런데 의외로 이런 생각이 예상치 못한
문제를 만드는 경우가 있다. 특히 부동산 명의를 트러스트와 개인 이름으로 함께 조인트
테넌시(Joint Tenancy) 형태로 등기해 놓은 경우라면 한 번쯤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트러스트의 장점과 공동명의의 장점을 동시에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트러스트를 통해 프로베이트(Probate)를 피하고, 동시에 조인트 테넌시를 통해 사망 시 자동 승계
효과까지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두 제도의 기본 원리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조인트 테넌시는 공동 소유자 중 한 사람이 사망하면 그 사람의 지분이 별도의 법원 절차 없이 생존
공동 소유자에게 자동으로 이전되는 제도다. 반면 트러스트는 사람이 아니다. 트러스티(Trustee)가
바뀌거나 수혜자(Beneficiary)가 변경될 수는 있지만 트러스트 자체가 사망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조인트 테넌시가 전제로 하는 '사망'이라는 개념과 트러스트의 법적 성격 사이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문제는 이러한 차이가 실제 상속 과정에서 드러난다는 점이다. 등기 서류에는 분명히 조인트
테넌시라고 기재되어 있더라도 일부 기관이나 법원에서는 트러스트와 개인 사이의 공동명의를
일반 공동지분 소유(Tenancy in Common)로 해석하는 경우가 있다. 그렇게 되면 개인이 사망했을 때
그 지분이 자동으로 트러스트에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사망자의 유산으로 처리될 수 있다. 결국
해당 지분을 정리하기 위해 프로베이트 절차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프로베이트를 피하기 위해 트러스트를 설립했는데도 불구하고, 잘못된 명의 구조 때문에
가족들이 결국 법원 절차를 밟게 되는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다. 가족 입장에서는 당연히 모든
준비가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사망 이후에야 문제가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이미 상실의 아픔을
겪고 있는 유족들에게는 시간과 비용 부담이 추가로 발생하게 된다.
여기에 재산세 문제까지 더해질 수 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소유권 이전 방식에 따라 재산세
재평가 여부가 달라질 수 있는데, 명의 구조가 복잡하거나 해석상 논란이 발생하면 예상하지 못한
세금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오랫동안 보유한 부동산일수록 재산세 재평가가
가져오는 영향은 매우 클 수 있다.
상속 계획에서 많은 사람들이 놓치는 부분은 트러스트 문서 자체보다 자산의 명의가 훨씬 중요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잘 작성된 트러스트가 있어도 부동산 명의가 의도와 다르게 되어
있다면 기대했던 효과를 얻지 못할 수 있다. 실제로 상속 관련 문제 가운데 상당수는 트러스트
문서의 내용보다도 자산이 제대로 트러스트에 이전되지 않았거나 명의가 잘못 설정되어 발생한다.
혹시 오래전에 트러스트를 만들었거나 부동산 명의를 변경한 적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등기 서류를
다시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특히 트러스트 이름과 개인 이름이 함께 조인트 테넌시 형태로

등재되어 있다면 전문가와 상담하여 현재 구조가 의도한 상속 계획에 부합하는지 점검해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채재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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